마르셀 프루스트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2024)

프루스트(Marcel Proust, 1871~1922)는 파리 근처 오퇴유 출생으로 아버지는 위생학의 대가로 파리대학교 교수였으며, 어머니 잔은 알자스 출신의 유대계 부르주아지 집안 출신으로 섬세한 신경과 풍부한 교양을 갖추어 모자간의 마음의 교류는 프루스트의 정신생활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철학자 베르그송은 외가 쪽으로 친척이 됩니다.

풍족한 상류사회의 생활환경 속에 자랐지만 9세 때 걸린 천식(喘息)은 여러 가지 형태의 신경증으로 모습을 바꾸면서 죽을 때까지 프루스트의 지병이 되었고, 어떤 시기부터 자각하게 된 동성애의 습벽이 그의 인생에 어두운 부분을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프루스트는 건강이 좋지 않아 가족들로부터 특별한 기대를 모으지 못했고, 귀족과 상류층 전용 술집을 드나드는 나태한 사교계 생활을 계속하면서 낮에는 잠자고 밤에는 글을 쓰는 생활을 계속합니다. 1905년 어머니의 죽음은 프루스트에게 크나큰 자책과 슬픔을 안겨주었습니다.

그의 생애는 외면적으로는 아무런 특기할 만한 사건이 없습니다. 1911년경에 완성되었지만 출판사를 구하지 못해 1913년이 되어 가까스로 자비 출판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1권 <스완의 집 쪽> 이후, 코르크로 둘러싼 병실 안에서 죽음의 예감과 대결하면서 완성한 <되찾은 시간>에 이르기까지, 프루스트의 일생은 자신의 드라마를 작품 속에 남긴 수도사와 같은 생활의 연속이었다고 하겠습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A la recherche du temps perdu,1913∼1928)는 20세기 전반의 소설 중 그 질과 양에 있어서 모두 최고의 것으로 일컬어지는 작품으로서,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와 더불어 근본적으로 소설의 형식을 바꾸었고, 소설의 여러 가지 기본 원칙들을 변화시켰습니다. 순간의 일회성의 연속인 삶의 본질을 생생한 기억 속에서 찾고자 애쓰는 이 소설은, 무의식적인 기억의 환기, 감각의 교란을 통한 방법으로 참된 현실의 본질을 찾으려고 했던 상징주의의 세계관과 방법에 맥락을 같이하고 있어서 ‘상징주의 소설’이라는 낯선 표현을 붙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스완의 집 쪽>(1913) <꽃피는 아가씨들의 그늘에서>(1918, 1919년 공쿠르상 수상) <게르망트의 집 쪽>(1920) <소돔과 고모라>(1922) <갇힌 여인>(1923) 〈달아나는 여인(사라진 알베르틴)>(1925) <되찾은 시간>(1927)의 7편 16권으로 되어 있습니다.

<갇힌 여인>이후는 프루스트가 사망한 후에 간행되었으며, 파리의 부르주아 출신 문학청년인 ‘나(마르셀)’의 1인칭 고백형식으로 쓰인 ‘시간’의 파노라마입니다. ‘나’가 침대에서 깨어나는 순간의 ‘어떤 현재’의 독백으로부터 시작되어, 어느 날 우연히 홍차에 마들렌 과자를 적셔먹는 순간 주인공이 과거의 무의식적인 기억을 떠올리며, 순간을 통해 영원한 시간에 이르는 길을 깨닫게 된다는 내용으로, 뛰어난 지성과 애처로울 만큼 예민한 감수성을 지닌 마르셀이 절대적 행복을 추구하는 드라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 ‘나’의 행복했던 유년시절, 사교계 생활, 연애경험 등을 기억에 의해 재구성한 것으로, 어린 시절, 샤를 스완의 딸 질베르트에게 품었던 동경, 질투의 어두운 그림자에 뒤덮인 알베르틴과의 사랑, 생 루와의 우정, 게르망트 공작 가(家)로 상징되는 사교계에서의 성공 등, 화자는 온갖 형태로 그 행복을 추구하지만, 그러나 그것들은 ‘시간’이 갖는 파괴력 앞에 허무하게 무너져버립니다. 인생은 결국 ‘잃어버린 시간’에 불과하고, 프루스트는 서서히 좀먹고 파괴해가는 ‘시간’의 힘을 뿌리칠 수 있는 절대적인 그 무엇을 갈망합니다. 이 작품은 시간을 다시 회복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또한 과거가 무의식적 기억의 도움을 받아 예술 속에서 회복되고 보존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탐구합니다. 등장인물들을 고정된 존재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정황과 지각에 의해 점차 드러나고 형성되는 유동적인 존재로 그려냄으로써 소설 기법의 혁신을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19세기에서 1차 대전이 끝난 20세기 초반까지 3세대에 걸쳐 무려 5백여 명의 주요 인물을 등장시키며 수천 쪽에 걸쳐 과거를 복원해낸 이 작품은 프랑스 제3공화정 시대의 귀족·부르주아의 풍속사인 동시에, ‘화자(話者)’의 기억을 통해 탐색된 인간의 심층심리학 책이기도 합니다. 섬세하고 감성적이며 미묘한 ‘현미경적’이면서 ‘망원경적’인 묘사가 두드러지는 이 작품은 첫 권에서 풀린 여러 갈래의 실마리가 마지막 권에 이르러 남김없이 결말을 맺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고딕양식의 대성당에 비유되기도 하고, 교향악에 비유되기도 합니다.

프루스트는 작품 속에서 ‘표면적인 자아’와 깊숙이 숨어 있는 ‘심연의 자아’를 구별하고, 심연의 자아의 드라마를 통해 인생의 근원적인 문제와 비극적인 인간조건을 깊이 파헤쳐 보입니다. 피상적인 자아는 시간을 따라 서서히 변화하고 굳어져 버리는, 절대로 시간을 벗어날 수 없는 외면적인 자아, 다시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자아이고, 내면적인 자아는 공간과 시간을 초월한 묘한 존재, 의식의 주체로서의 자아로서, 시간을 초월할 수는 있으나 잠시도 고착시킬 수 없는, 끊임없이 변모하는 존재입니다. 현재의 자아로 보면 과거의 자아는 이미 죽은 것이며, 삶이란 결국 변모와 망각으로 인하여 끊임없이 자아의 일부가 죽어가는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끊임없는 변모와 죽음의 연속인 다수의 자아에게 동일한 자아의 지속으로서의 통일성을 회복시켜 주는 것이 바로 ‘뜻하지 않은 추억’이며, 이 추억이 시간을 초월하여 과거의 순간을 현재에 되살려놓고, 현재의 자아도 역시 그 과거의 순간을 다시 살기 위해 시간을 초월하여 그 순간 속에 잠긴다는 것입니다. 마들렌 과자를 홍차에 적셔먹는 바로 그 순간처럼 말입니다.

- 출처 김계영 <청소년을 위한 서양문학사> 하권 -

프루스트 현상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주인공 마르셀이 홍차에 적신 마들렌 과자의 냄새를 맡고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것에서 유래한 것으로 과거에 맡았던 특정한 냄새에 자극받아 기억하는 일을 프루스트 현상이라고 합니다.

2001년 필라델피아에 있는 미국 모넬 화학감각센터의 헤르츠(Rachel Herz) 박사 연구팀은 사람들에게 사진과 특정 냄새를 함께 제시한 뒤, 나중에는 사진을 빼고 냄새만 맡게 한 결과 냄새를 맡게 했을 때가 사진을 보았을 때보다 과거의 느낌을 훨씬 더 잘 기억해낸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연구팀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과거의 어떤 사건과 관련된 기억들이 뇌의 지각중추에 흩어져 있고,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결론을 이끌어냈습니다. 이는 흩어져 있는 감각신호 가운데 어느 하나만 건드리면 기억과 관련된 감각신호들이 일제히 호응해 전체 기억도 되살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 여기에서 작가는 의지나 지성에 의한 의지적인 기억과, 우연이나 감각에 의한 비의지적인 기억을 대립시킨다. 즉 저녁 키스 장면은 의지적인 기억의 표본으로 과거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만을 제공한다. 그러나 맛과 냄새에 의해 우연히 다가온 비의지적인 기억은 과거에 대한 총체적인 이미지를 제공하며, 모든 시간과 모든 공간에서의 과거를 부활시킨다. 그리하여 저녁 키스 장면이 상기하는 밤의 콩브레는 마들렌에 의해 찬란한 햇빛 속 낮의 콩브레로 대체된다.

** Petite Madeleine. 프루스트가 마들겐 과자를 추억의 매개물로 택한 것은 일찍부터 많은 주목을 받아 왔다. 특히 그가 미발표작 <생트 뵈브에 반하여>에서는 딱딱한 토스트인 비스코트( biscotte)를 택했다가 <스완네 집 쪽>에서는 마들렌으로 바꾼 것에 대해 르죄( Ph. Lejeune)은 "프루스트 회상의 배경에는 항상 어머니가 자리한다"라고 말한다. 즉 마들렌은 보통명사로는 과자를 의미하지만 고유명사로는 성녀 마들렌을 가리키는 단어로, 마들렌은 창녀이자 에수짐의 부활을 처음으로 목격한 성녀다. 이와 같은 마들렌의 양가성은 바로 어머니에 대한 어린 마르셀의 감정의 구현하는 것으로, 이 문단에서 보통 명상인 '작은 마들렌'을 고우 명사화하여 대문자로 Petite Madeleine으로 표기한 것은 그 의미가 단순한 과자로 고갈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마들렌 모양이 조가비같다는 묘사는 접힌 주름이 펼쳐진다는 점에서 기억에 의한 과거의 부활을, 환유적으로는 콩브레 사람들의 독실한 신앙심을 (접힌 주름(plie) 이라는 단어에는 '복종하다'라는 의미가 있다) 표상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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